일상다반사
늙는 것의 서러움
the.storyteller.com
2024. 2. 16. 19:28
오늘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해외영업부 김부장을 봤다. 나와 비슷한 연배지만 일하는 분야가 달라 그와는 사내에서 마주칠 때 가볍게 눈인사 정도만 주고받는 사이다.
내가 영국지사로 발령 받아 나갈 때 그는 본사 영업부에서 일했고 내가 임기를 마치고 서울 본사로 귀임할 무렵 그가 해외 지사 발령을 받아 나가 최근에 돌아왔으니 7년 만에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볍게 목례를 주고받은 후 그의 모습을 곁눈질로 살펴보니 7년 동안에 많이 늙어 보였다. 7년 전에도 탈모 기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의 앞머리 모발은 이제 몇 가닥 남아 있지 않았고 예전에 매끈해서 다소 날카로워 보이던 그의 턱 선은 무뎌져 있었다.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은 후 5층에서 그가 내리자 혼자 남은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담긴 내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아직 내 모발은 건재하나 김부장의 얼굴과 꼭 닮은 내 얼굴이 거울 속에 담겨 있었다. 2016
어렸을 때 버스를 타면 길가의 집들이 지나가고
버스는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어렸을 때 물가에 서면 물은 가만히 있고
내가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 버스를 타면 집들은 가만히 있고
나만 달려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 물가에 서면 나는 가만히 있고
강물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광수, 늙는 것의 서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