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식객 · 주당천리

그때의 명동돈가스

the.storyteller.com 2025. 4. 23. 09:58

명동돈가스

2025. 4. 22.

진종일 촉촉이 봄비 내리는 날 봄비 맞으며 명동돈가스 사먹으러 갔다. 지잡대 졸업장 한 장 달랑 들고 시작된 30여 년 전 첫 직장 주거래 은행이 서울신탁은행이었고 은행 뒷문 바로 앞에 명동돈가스가 있었다. 은행에서 업무를 보고난 후 혼자 맛보던 명동돈가스 맛은 힘들고 서러운 일 많았던 그 시절 그래도 ‘내가 서울에서 직장 잘 댕기는구나, 명동에서 돈가스 사먹는구나’하며 나를 달래 주던 별미였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찾은 명동돈가스는 옛 모습 그대로였고 돈가스 맛도 그 시절 그대로라 반가웠다. 그 시절 보다는 분명 부실해졌을 치아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명동돈가스는 씹는 맛이 일품이라 젓가락으로 돈가스 조각을 집어 먹으며 ‘아무렴 모름지기 돈가스란 게 이래야지’ 했고 돈가스의 본질이란 게 돼지고기에 빵가루 입혀 기름에 튀긴 것이라 자칫 느끼할 수 있는데 그 느끼함을 잡아주는 겨자 쏘스 친 양배추 사라다 역시 그때 그대로였다.

몇 년 전 읽은 요리사 박찬일의 책에 따르면 명동돈가스 창업자가 일본에서 돈가스 조리법을 배워 1970년대 말 명동에 돈가스 집을 낸 것 이 명동돈가스의 시작이라 하는데 돈가스에 반주로 마신, 아마 백화수복인듯 한 잔 술 정종은 카스 맥주잔에 담겨 나와 그게 조금 아쉬웠으며 돈가스는 일본식이라도 밥은 한국식인지 스댕 밥그릇에 내온 백미 밥 한 공기도 맛나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