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동요 보다 유행가를 더 좋아했다. 내가 좋아하던 김태곤이라는 가수가 있는데 그 분이 부른 「망부석」은 어린 우리들이 "간만에 울던 야시 날이 밝아 찾아보니"로 개사해서 부르던 불후의 명곡이었고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 은근한 중독성을 뽐내던 「행글라이더」라는 노래 역시 잊지 못할 명곡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내게 김태곤의 명곡은 「송학사」라는 노래다. 지금도 내 가요 폴더에 「송학사」는 굳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송학사라는 절이 대체 어디 있는 절이기에 노래를 듣는 내 심금을 울리나 한다.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이종구라는 분의 회화 작품을 봤는데 「화왕산 곤룡사」와 「달마산 미황사」라는 작품이 좋았다. 이 작품들을 보며 농민을 소재로한 그림을 많이 그려서 농민화가라고 불린다는 이종구라는 분은 실은 사찰의 화가, 암자의 화가가 아닌가 싶었다. 런던 테이트갤러리에서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와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 이름들 길다 - 의 작품을 보면서 밤 풍경을 잘 그리는 화가야 말로 고수 중에 고수라는 생각을 했는데 명산을 등지고 앉은 산사의 달밤 풍경을 멋지게 담아낸 화가 이종구 역시 그 고수 중 한 분이 생각했다.
이렇게 멋진 화가 이종구의 회화 작품 앞에서 나의 오랜 불후의 명곡 「송학사」의 가락을 떠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참에 그 송학사가 어디 있는 절인지 찾아볼 기회다 싶어 바로 핸드폰을 꺼내 검색해보니 전국에 송학사라는 이름을 가진 사찰과 암자가 무려 서른 개이고 그저 아리까리한 썰들만 많을 뿐 김태곤의 「송학사」가 송학사가 대체 어느 산자락에 들어앉은 절인지 암자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혹 내게 불후의 명곡을 남긴 가수 김태곤씨가 이 글을 보시거든 본인의 자작곡 「송학사」가 어디 있는 송학사인지 답 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
배경음악
김태곤 - 송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