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 일식집에서 회정식 먹었다. 장어구이 서너 토막을 먼저 내왔는데 일행 각자 한 토막씩 집어 들자 장어 꼬리가 남았다. 일행들 서로가 상대에게 꼬리를 권해대고 있었는데 솔직히 나는 장어구이 살점의 텁텁한 맛을 좋아하지 않아 마음에서 우러나와 장어 꼬리 맛나게 드시라고 사양한 것이다.
보통 구이로 먹는 장어는 민물장어이다. 비슷하게 생겼으나 그 습생이 완전히 다른 바다장어 혹은 갯장어 아나고가 있고 이는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좋아 회 무침으로 즐긴다. 장어는 따뜻한 물을 좋아 하는 담수어로 크고 작은 강이나 호수 늪 논 등 민물에서 서식한다. 민물에서 5∼12년간 생활하다 성숙되면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강물 위에 따갑게 내려 쪼일 때에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내려가 난류를 따라 높은 수온과 높은 염분을 가진 심해에 들어가 알을 낳는다. 바다에 접어들 무렵에는 생식기관은 성숙되는 반면 소화기관은 퇴화하여 절식하면서 깊은 바다의 산란장을 찾아간다. 다만 곧장 깊은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강 하구 어귀의 소금기가 낮은 곳에서 바닷물에 대한 적응을 거듭하며 이후 먼 바다로의 긴 여행을 위해 게나 새우 따위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며 체력을 보충하는데 이때 곧 9월 무렵 강 하구에서 잡은 장어를 가장 맛있는 것으로 친다. 연어가 바다에서 살다 강으로 회귀하여 알을 낳고는 죽는 것과 달리 장어는 깊은 바다에서 산란을 마친 후 죽는다. 부화된 새끼는 난류를 따라서 길게는 3년이 걸리는 먼 여행을 거쳐 대륙 연안에 이른 뒤 북상하여 무리를 이루면서 강이나 하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요즘 음식점에서 팔리는 장어는 바다에서 강 상류로 올라가는 어린 장어, 실장어를 대량으로 붙잡아 양식한 것이다. 적도의 심해에서 태어난 장어는 우리 주변의 강이나 하천에서 성장하고 서식하다 다시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 알을 낳고 죽는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동시에 새 생명을 잉태하는 긴 여행 끝이다. 탐식성의 민물장어는 이 마지막 여행기간 동안에 소화기관 퇴화될 정도로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하니 이 또한 얼마나 드라마틱한가. 붙잡혀 식탁에 오르지 않았으면 먼 적도에 이를 맛없는 장어의 일생이다. 이 민물장어의 극적이고도 강인한 습생을 알아 그 살점을 집어 먹음으로서 자기 것으로 체화할 수 있다고 믿어 사람들이 민물장어를 즐기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꼬리를 먹음으로써 왕성한 스테미너를 얻을 수 있다는 엉뚱한 속설은 또 무엇인지 모르겠다. 장어 꼬리 많이 들 즐기시라.
뉴스에 오랜 불황을 딛고 최근 일본에서는 경기 회복 붐이 한창인데 특히 올 여름 무더위에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제품 생산이 증가하여 경기 회복의 붐을 만끽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장어구이 그리고 장어구이 덮밥이 더위를 이기는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역시 장어구이 매출도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