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도버성

Dover Castle, Kent, UK

2011. 4. 23.

영국 정착한 첫 해 모진 겨울 견뎌낸 우리 가족은 이듬해 4월에 런던의 남쪽 영국의 정원이라는 켄트(Kent)의 캔터베리(Canterbury)로 도버(Dover)로 차를 몰아 가족 여행을 나섰다. 나로서는 영국으로의 주재원 발령이 전혀 예상치못한 일이기는 했어도 막상 영국 발령이 확실해졌을 때 영국 사는 동안 가고 싶은 곳 몇 군데를 꼽아 보았고 캔터베리와 도버가 맨 꼭대기에 있었다. 그 중 캔터베리 이야기와 도버 화이트 클리프(White Cliff)는 지난 포스팅 정리를 끝냈고 이제 도버 성(Dover Castle)이야기를 못찍은 사진과 함께 갈무리할 차례다.

영국 섬은 유사 이래 특히 기원 전후 무렵 로마시대부터 유럽대륙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갈등과 대립 관계를 이어왔는데 영국 섬과 유럽 대륙 사이에 놓인 최단 구간이 프랑스 칼레와 영국 도버 사이로 이 바다를 영국 쪽에서는 도버해협이라 부르고 물론 프랑스 쪽에서는 칼레해협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영국 사람들은 도버를 가르켜 영국의 현관이라 표현하기도 하며 도버성(Dover Castle)에는 고대 로마시대의 등대 유적부터 영국 중세의 고성 유적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중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독일이 벌였던 대규모 항공전인 브리튼 전투(Battle of Britain)와 관련된 유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세계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꼭 찾아가보고 싶었던 장소였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차를 몰아 막상 도버성에 도착하고 보니 역사니 하는 것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우선은 런던에서 도버 사이 M2 고속도로 주변 구릉지대에 그야말로 끝도 없이 이어지던 유채밭 풍경에 감탄을 연발했고 도버성에서 바라보는 도버성의 스케일에 압도 당했으며 도버성 옆 화이트 클리프의 아찔한 절벽 위에서야 영국이 역사와 전통의 나라가 아니라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날의 즐거움은 사진으로 남겨진 우리 가족의 표정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쯤 M2 고속도로 변에는 유채꽃이 절정일텐데 그때는 무슨 다른 급한 일이 있었다고 그 장관이었던 유채꽃밭 사진을 따로 남겨두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영국 도버성

Dover Castle, Kent, UK

2011. 4. 23.

 

BGM: Serenade to Spring by Secret Gar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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