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20.
금요일 계획 없던 과음 때문에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날려 버리고 일요일에 점심 먹고 인왕산으로 짧은 산행을 다녀왔다. 바람 초속 7m, 기온은 그리 낮지 않았고 그 덕에 미세먼지가 사라졌다고는 하나 산 위에 부는 칼 바람은 사뭇 매서웠다. 옛 한양 도성의 성벽 길을 따라 난 인왕산 등산로에 이전에 보초를 서있던 경찰 인력은 모두 사라졌고, 보기 흉하게 삐쳐 나와 있던 경비 초소들은 해체 작업이 한창이었으며 무엇보다 인왕산 정상에 서 있던, 청와대 쪽으로 사진을 찍지 말라는 붉은 색 경고판이 모두 사라졌다. 이미 오래 전에 구글 어스 화면에서 청와대 지붕을 확대해볼 수 있었는데 그간 인왕산을 오르내리며 대체 무엇을 위해 청와대 쪽 방향으로 사진을 찍지 말라 금 했던 것인가 의문을 가져왔다. 아무도 내 의문에 대답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그 금지의 경고판은 그렇게 슬그머니 사라졌다. 요즘 온 나라를 휘 젖는 참 어이없는 뉴스와 주장들을 보며 이러다 다시 주저 앉는 것이 아닌가, 지난 10여 년의 경험처럼 빽또가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운 한편으로 불합리한 이유를 들어 백성들을 겁박하고 닥치고 복종을 강요하던 시대를 너머 이 나라는, 우리 사회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 1. 20.
인왕산 하산길에 독립문 옆에 있는 도가니탕 전문 대성집에서 오랜 만에 특도가니탕 한 그릇 먹자 싶어 터벅터벅 걸어 내려갔는데 대성집 앞에서 휴일로 쉰다는 안내 문구를 보고 허탈했다. 하기야 남들 인왕산 산행 가는 휴일에 그 집 사장도 종업원들도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집에 가는 버스 타려고 횡단보도 건너 영천시장 쪽으로 걸어가는데 2,500원에 칼국수 한 그릇 판다는 간판을 봤다. 무엇보다 2,500원짜리 칼국수가 어떤 맛일까 호기심 때문에 요즘 아이들 표현대로 기대 1도 안하고 칼국수를 시켰는데 이게 뭔가, 꽤 먹을 만했다. 2,500원을 카드로 결제하고, 부가가치세까지 포함된 가격이니 대체 이 칼국수의 원가는 얼마인가? 이 칼국수 집이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닐 테고 그렇다면 내가 회사 근처에서 7,000원 주고 사먹는 칼국수의 원가는 또 얼마일까? 기름기 한 방울 없는 칼국수를 맛 나게 먹고 나서 칼국수 집을 나서는데 장사진이라는 말은 이런데 쓰는구나 싶게 2500원짜리 칼국수 사 먹으러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양지 국물을 우려낸 칼국수와 멸치 국물을 우려낸 칼국수, 시내 도로변에 자리잡은 칼국수집과 재래시장 안쪽에 자리잡은 칼국수집의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야 정상인데 누가 가격을 지정한 것처럼 아니면 전국의 요식업자들이 모두 담합을 한 것처럼 칼국수, 육개장, 김치찌개, 심지어 김밥 한 줄의 가격은 전국 어디서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런 이면에 자영업자들 다 죽는다 난리다. 건강한 거래질서가 통하는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2,5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 먹고 별 생각 다했다.
Inwangsan mt. and Yeongcheon market, Seoul, S. Korea
2019. 1. 20.
BGM: Love Is by The Day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