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 중식당 만화루
China Restaurant MAN WAH, St. Pauli, Hamburg, Germany
2017. 2.
열일곱 시간 비행기 타고 서울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혼자 출장 왔다. 이 먼 곳까지 출장 왔으니 피로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 좋은 음식 한 끼 사먹고 싶은데 무엇을 사먹을 것인가 호텔 주변을 검색하며 고민했다. 여기는 함부르크의 장크트 파울리(St. Pauli)라는 동네인데 식사하기 마땅찮을 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인 가까운 중식당을 찾기로 했다. 남극에서도 중식당은 성업 중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주변을 살펴보니 “MAN WHA”라는 큰 간판이 걸린 중식당이 눈에 보였는데 알파벳 아래 붙은 문화루(文華樓)라는 한자 간판이 더욱 크게 보였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만석이었다. 종업원에 자리 없나 물었더니 코너 안쪽 자리로 안내했는데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한 커플과 거의 합석 자리였다.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 먼저 자리에 앉아있는 커플에게 눈인사로 양해를 구하고 베이징 덕 누들을 주문했는데 이게 뭔가 나온 음식은 누들이 아니라 프라이드 라이스였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독일에서 중국인에게 영어로 주문을 낸 내 짧은 영어를 탓할 밖에 없었다. 울며 먹는 겨자 식으로 먹게 된 프라이드 라이스는 그러나 정말 맛있었다. 그제야 이 음식점이 만석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동네에서 알아주는 맛집일 것이다. 우연히 합석한 독일인 커플조차 음식 맛만큼이나 따뜻한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맛있고 또 넉넉한 저녁 한 끼 때우고 식당 밖으로 나와 보니 독일 함부르크 장크트 파울리의 달도 휘영청 밝고도 밟았다. 아침에 서울 집을 나와 어제 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독일 함부르크 호텔에 도착한 지난 여정을 꼽아보니 딱 스물 세 시간이 걸렸다. 긴 이동 끝에 잠시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라는 생각을 했는데 하루 지난 저녁 함부르크의 문화에서 부른 배 두드리며 함부르크의 밤하늘을 쳐다보니 이 또한 인생이고 사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생각이 들었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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