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참새, 변상벽, 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늦은 밤 식구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여니 현관 앞에 전통 회화의 그림 속 고양이와 닮은 우리 고양이가 나를 반겨 그 모습이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과 꼭 닮아 몇 자 잡문을 남긴다. 조선 후기 18세기 활동한 변상벽(卞相璧)이라는 화가가 있다. 중요 국가 행사의 기록화나 왕실, 고관대작의 초상화를 그렸던 도화서 (圖畵署) 화원(畵員)이었다고 하니 그 실력이 국가 공인이었음 짐작할 수 있지만 그의 작품으로 알려진 기록화나 초상화에 그의 이름이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 그 작품들은 도화서라는 관청이 그린 작품이지 화가 개인의 작품이 아닌 까닭일 것이다.
그가 언제 태어났는지 또 언제 사망했는지 조차 기록에 남이 있지 않다. 근대 이전 이 땅에서 뛰어난 직업 화가에 대한 대접이라는 것이 이랬다. 그랬거나 말거나 변상벽의 몇 안되는 남은 작품들을 보면 그가 동물 묘사에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고양이 그림에 능해서 사람들은 그를 변 고양이, 즉 변 괴양(卞 怪樣)이라고 불렀다. 고양이는 불길하다 해서 사람들이 꺼리는 동물이라 하는데 이미 18세기 변상벽은 고양이 그림을 그려 그 실력을 세간에 널리 알리고 있었으니 고양이를 불길한 동물이라 여기는 것이 따로 예로부터 전하는 터부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