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진관사
三角山 津寬寺
Buddhist Temple Jingwansa, Seoul, Korea
2023. 12. 20.
눈 내린 날 지하철 타고, 구파발역에서 버스 갈아타고 진관사(津寬寺) 절 구경 갔다. 진관사입구에 내리니 눈앞에 은평한옥마을이 영화 세트장처럼 들어 앉아 있었고 그 배경으로 얕은 눈을 어깨에 인 북한산 수려한 준봉들이 나를 맞았다. 은평한옥마을 일대에는 엄동 겨울인데도 동남아시아에서 온 것으로 짐작되는 관광객들이 제법 눈에 띠였다.
버스정류장에서 은평한옥마을 지나 15분 정도 걸으니 진관사 일주문이 보였다. 진관사는, 허접 비유를 들자면 화장끼 없는 쌩얼 미인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아마 이런 것이겠구나 싶게 내가 서울시 경계 안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사찰이었다. 사적(寺跡) 안내를 읽으니 요즘 인기 방영 중이라는 KBS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에 출연하시는 11세기 초 고려 임금 현종으로부터 절이 비롯되었다 하고 세종대왕님과의 인연도 소개하고 있었으나 지금 남아있는 전각들은 조선 후기 것으로도 보기 어려운, 심지어 대부분 최근 지어진 것들로 보여 내로라할 문화재는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모노륨 샤시를 친 대웅전을 비롯한 어느 건물 하나 모나거나 도드라져 보이지 않았고 가람배치 또한 정연하고 조화로워 보여 오랜만에 절 구경하며 눈 호강했다. 니가 절에 대해 뭘 안다고 드립 치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 보살님 설법인지 기억나지 않아도 무식한 자의 눈에 간혹 사물의 본질이 보일 수 있다 했다. 해탈문 지나 계곡 옆에 5층 돌탑이 서 있었는데 안내문을 보지 못하여 그 내력은 알 수 없었고 문화재를 두고 조촐하다고 표현할 때 이 돌탑이 딱 들어맞지 않을까 했다. 피크 시즌 지나고 지금이 엄동 겨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나라에 살림 규모 쫌 된다 싶은 수많은 사찰 중에 덕지덕지 붙은 등 다시라, 백일기도하시라, 템플스테이하시라 등등 그 흔한 광고 플랭카드 한 장 붙어 있지 않은 절은 내가 본 절 중에서는 진관사가 처음이 아닌가 한다.
눈 내린 날 진관사 절 구경 잘 하고 내려가는 길에 연두색 새순이 화하게 온 산에 퍼지는 봄날의 진관사, 짙은 녹음 아래 계곡 물 흐르는 소리 요란한 여름 비 오는 날의 진관사, 붉게 물든 단풍잎이 북한산 계곡 흐르는 물 위에서 춤추듯 떠내려가는 가을날 진관사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이번에는 날이 하도 추워서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다음 진관사 찾을 때는 기와 한 장 올리려 한다.
배경음악
전수연 곡 · 연주
「Snow Fl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