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내셔널갤러리
The National Gallery on Trafalgar Square, London, UK
2012. 1. 27.
영국 주재원으로 일할 때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London)를 자주 찾았다. 런던 사무실에서 걸어 15분 걸리는 거리에 있던 내셔널 갤러리 전시실에서 중세부터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엄선된 서유럽 회화의 걸작들을 감상하는 일은 때로 힘들던 주재 근무의 피로를 위로하는 큰 즐거움이었다. 관람료 또한 무료라 더러 외근 중 이동 간 잠시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 전시실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물론 이것을 근무 중 땡땡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직장 생활 중 아무 보상 없이 지금껏 해낸 내 숱한 야근 시간을 생각하면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마음 속 거리낌은 전혀 없다. 내셔널 갤러리 전시실에는 서유럽 회화에 별 관심 없는 사람조차 눈으로 슬쩍 훑어지나가기만 해도 교과서에서 보아 익숙할 유명 작품들이 가득했다. 다만 내셔널 갤러리는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서 그 걸작들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것은 불가능 했다. 그래서 내셔널 갤러리의 전시작품을 담은 꽤 두꺼운 도록을 사서 주재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후 시간 날 때마다 눈으로 담은 내셔널 갤러리 작품들에 대한 감상평을 블로그에 남기 놓기로 했다.
하지만 몇년의 시간이 흘러 어제 블로그 포스팅을 정리하면서 그간 내셔널 갤러리 작품 감상 포스팅을 꼽아보니 고작 여덟 개에 불과했다. 눈으로 봐서 즐거웠고 마음으로 담아 행복했으면 그뿐이지 그것을 꼭 글로 남겨야 하느냐? 자문에 대해 쉽게 자답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는 이유, 그것은 소중한 아름다운 시절(Belle Epoque)에 대한 기억이 내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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