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지잡대 졸업하고 서울에 직장을 얻어 서울 생활을 시작한 이후 받은 몇 가지 문화 충격 중 서럽기로 따지자면 결코 가벼이 여겨지지 않은 것이 서울 간짜장에는 계란 후라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일반 짜장 대신 돈을 더 얹어 간짜장을 시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간짜장의 경우 짜장면 위에 돼지기름이 반들반들하게 떠다니는 계란 후라이가 척 얹혀 나오기 때문인데 서울 간짜장에는 그 계란 후라이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간짜장이 레디 메이드 짜장이 아니고 주문이 들어올 경우 춘장을 센 불에 자작자작 볶아 면 위에 얹어 내오는 이를 테면 특제 짜장이라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나 계란 후라이가 빠진 간짜장을 받아 드는 순간, 왠지 타향에서의 서러움을 함께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테헤란로 쪽에 업무가 있어 나갔다가 마침 점심 시간이라 급한 시간, 간편한대로 간짜장을 시켰는데 그 위에 떡 하니 계란 후라이가 얹혀져 있는 것이 아닌가? 반색했을 뿐 아니라 이건 인증샷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계란 후라이가 떡 하니 올려진 간짜장 얼른 사진 한 장 찍었다.

내 서울살이가 어언 얼마이던가? 그 이력으로 나도 서울사람이려니 싶다가도 간짜장 앞에서 다시 서울사람 아닌 지방사람으로 빽도를 하는 순간, 순대를 앞에 두고 막장이 없어 아쉬워할 수 밖에 없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이리라. 그런데 아무리 테헤란로라 하더라도 그렇지 간짜장 한 그릇이 이리 비싸도 되는 건가? 서울살이 만만찮다.

'혼밥식객 · 주당천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주와 막걸리에 관한 몇 가지 오해와 진실  (0) 2025.02.07
신안홍탁  (0) 2025.02.06
보리굴비  (0) 2025.02.03
락희안 이가탕면  (1) 2025.01.27
정든 산골  (1) 2024.12.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