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서랍 정리를 하다 보면 왜 이렇게 불필요한 것들을 사 모았을까 싶고 한편으로 이 불필요한 것들을 왜 버리지 못하고 있나 싶다. 하지만 후회는 잠시뿐 서랍이 닫히는 순간 후회도 사라져 나는 또 불필요한 것들을 생각 없이 사 모을 것이고 그것들은 금방 서랍 속에 들어가 잊어질 것이며 어느 날 문득 서랍을 열어 보고 또 가벼운 후회에 잠길 것이다.

내 경우 못 찍는 것이 다반사라 그것이 문제지만 사진은 잘 찍을 수도 못 찍을 수도있다. 그렇게 잘과 못을 확인하는 순간 희비가 엇갈리는 사소한 감정에 휩쓸리는 것도 사람 마음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못 찍는 사진을 계속 찍는 이유는  내가 사진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까닭을 찾지 못하겠다. 

얼마 전 서랍 정리를 하다가 10년 간 잊고 있었던 자동 필름 카메라를 발견했다. 캐논 오토 보이 루나라는 이름을 가진 이 카메라는 기특하게도 전 기능 작동 정상이었다. 사진을 찍어본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30mm에서 80mm 화각을 커버하는 줌 렌즈에다 지가 척척 알아서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셋팅함은 물론 셔터 버튼에 살짝 손을 올려놓으면 초점까지 잡아 준다. 내가 할 일은 꾹 셔터를 눌러주는 것뿐이다. 이 필카로 찍은 2009년 3월 22일, 거기 봄이 있었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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