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동 현대칼국수
2023. 11. 24.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구경 전 오늘 점심은 북창동에서 칼국수 한 사발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나. 전시 구경은 든든하게 먹고 시작해야 한다. 상호부터 레트로 갬성 물씬 풍기던 현대칼국수집은 간판과 업장 외관은 물론이려니와 인테리어까지 내 기억으로는 1980년대 갬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그리고 오직 멸치 다시 국물 베이스에 칼국수, 물만두 그리고 이 둘을 섞어 내는 섞어칼국수만 파는 단출한 메뉴 구성으로 강호의 푸드 파이터가 갖추어야 할 기본기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었다. 술 안 판다. 그 때문인지 극혐 할재 새끼 한 마리도 안 보였다.
요즘 사먹는 칼국수라는 게 대체로 미원 맛 반, 후추 맛 반이게 마련인데 현대칼국수의 섞어칼국수 먹으며 미원 맛이나 후추 맛을 도드라지게 느끼지 못했고 먹다보면 개운함을 남기는 멸치 다시 베이스 국물 맛이 함께 나온 신선한 배추 겉절이를 향해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리게 만들었다. 차림표를 보니 그깟 칼국수 치고는 가볍지 않은 가격인데 맛있게 먹었으니 괜찮았다. 호다닥 칼국수 한 사발 비우고 나와 덕수궁 쪽으로 걸어가는데 오늘부터 급 차가워진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 이유는 직전에 먹은 뜨끈하고 맛난 칼국수 한 사발의 든든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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