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2009
PENTAX ME Super SMC PANTAX-A 1:1.7 50mm
옛 사진 폴더를 뒤지니 오래전 사진 찍기에 재미를 붙이던 시절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열린다. 내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시절은 이미 디카가 대세였고 심지어 폰카가 등장하던 시절이어서 나는 필름 카메라의 제약과 한계를 잘 알고 필름 카메라에 재미를 붙였지만 쉽게 필름 카메라에 실증을 느끼고 말았다.
노출과 초점을 사진 찍는 사람이 직접 조절해야 하는 필름 카메라로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겨우 서른 두 판 사진 찍자고 필름 롤을 사고 또 갈고 해야하며 사진 찍은 후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데 품도 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찍은 사진들의 결과물이 좋지 못하니 필름 카메라를 놓아버렸던 것이다.
물론 그저 우연의 힘을 빌려 겨우 건진 필카로 찍은 몇 장의 옛 사진에서는 디카로는 카메라로는 얻지 못하는 종류의 갬성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장식 소품이 되어 버린 옛 필름 카메라를 흘낏 노려보다가 서둘러 시선을 거두고 말았다. 나에게 필름 카메라는 장식 소품 역할로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것만으로 필름 카메라는 이미 그 소임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