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2007

 

 

돌확은 돌을 파내 절구 모양으로 만든 것인데 음식점 같은 데서 돌확에 부레옥잠 같은 수생식물을 띄우고 관상용 물고기까지 몇 마리 키우는 것을 보면 멋진 장식으로 보여 나도 한번 돌확을 꾸며 봐야지 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괜한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게 되었다.

지난 해 잘 가꾸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큰 어항을 집에 들여 놓았는데 결의가 부끄럽게도 수차례 물고기가 죽어 나갔고 어항 청소를 해야 하는 일 또한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하긴 손바닥만 한 화분조차 조금만 돌봐주지 않으면 금방 죽는데 어항 속 물고기야 오죽하겠는가? 화분 하나 소중히 가꾸는 일도 생명을 가꾸는 일이라는 것을 이 나이가 들어서야 안다.

길을 걷다가 꽃집 앞에 놓인 멋진 돌확이 눈에 들어 사진 한 장 찍었다. 하마터면 가게 안으로 들어가 가격을 물어볼 뻔했는데 그 순간 물이끼가 낀 어항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사진 한 장 찍고 말았다. 멋진 수생식물과 물고기를 구멍이 숭숭 뚫린 화산암 돌확에 담아 가꾸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고 정성을 들여야 누릴 자격이 있다는 변함없는 진리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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