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자전거 장갑이 낡아 새 것을 주문해서 오늘 받았다. 큰 사이즈로 주문했건만 장갑을 껴보니 역시 꽉 낀다. 내 손은 두텁고 손가락이 짧다. 그러니 새 장갑은 손에 꽉 끼고 손가락은 엉거주춤 밖으로 삐져나왔다.

아버지 손이 그랬다. 예전에 아버지 손을 볼 때 두텁고 손가락이 짧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평생 고된 육체노동 때문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육체노동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내 손도 두툼하니 육체노동 때문이 아니었다.

아버지를 기억할 때 누구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다거나 누구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는 않았다거나 하는 말을 한다. 통통한 내 손을 보니 우리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되고 싶지 않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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