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시 청계사
2022. 5. 22.
자전거 혼자 타고 다녀서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인데 자전거 라이딩 행선으로 청계사를 찾을 때마다 청계사 초입에 이르러서는 매번 끌바의 수모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자전거 고글이랑 마스크란 얼마나 효용가치가 뛰어난 물건인가? 오늘 일요일 오후에 바로 그 청계사를 향하여 전기자전거를 몰고 나갔으며 별 힘들이지 않고 청계사 입구 표석은 물론 법당 바로 아래 주차장까지 가볍게 올라갈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법당 코앞까지 치고 올라가고 싶었는데 그 입구에 외부 차량은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가 있어서 법당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 앞까지만 올라갔다가 인증샷 찍고 내려왔다.
그런데 전에 끌바할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청계사 들어가는 업힐 구간 경사가 이렇게 가팔랐나, 아주 쫄보가 되서 내려가면서 아찔한 기분까지 들었고 조심조심 한쪽 발은 페달에서 떼고 가파른 경사 구간을 천천히 내려왔다. 1948년생 가수 김세환은 우리나라에 MTB를 최초로 소개한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분 인터뷰 동영상에서 인터뷰어가 “어떤 사람이 자전거를 가장 잘 타는 사람입니까?”라고 물으니 김세환의 대답이 “안전하게 오래 자전거 타는 사람이 가장 잘 타는 사람입니다.”였다. 쫄보, 전기자전거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학의천변에 만발한 금계국 꽃 사진만 찍었다. 옛날에 홍제천 자전거길을 따라 북악산 팔각정까지 낑낑대며 자전거 타고 올라가던 그리고 이제는 전기자전거로 안양의 3대 업힐 코스를 평정하겠다는 셀카 찍으며 온갖 폼은 지대로 잡고 있는 쫄보의 소박한 혹은 소심한 희망 무서버서 일단 보류한다. 금계국이 떨어지면 자전거길에 루드베키아 만발할테고 그때 여름이 한창이리라.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의 저자 김훈 역시 1948년생이고 꽤 오래전부터 MTB를 탄 자덕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내가 자전거를 여가 삼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 계기가 2004년 출간된 이분의 산문집 『자전거 여행』을 읽고 나서부터가 아닌가 한다. 김훈은 『자전거 여행』에서 자신의 자전거를 두고 풍륜(風輪)이라고 했는데 나도 폼 좀 잡겠다고 자전거 카페 닉을 풍륜지객(風輪之客)이라고 했지만 이참에 '쫄보'라고 바꿀까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