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항 유람선 하모니호 선상
2018. 7. 31.
큰 마음 먹고 이번 여름휴가 중 오랜만에 속초여행 갔는데 막상 숙소에 도착해보니 역대급 무더위에 만사가 귀찮아서 숙소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벌러덩 드러누워 있었다. 그렇게 한참 더위를 식히며 누워 있다가 내가 이 고생하며 속초까지 왔는데 그저 드러누워 있을 일이 아니다 싶어서 숙소 밖으로 나왔더니 이번에는 배가 고파서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간편하게 속을 채우자 싶어 눈에 뜨이는 대로 가까운 짱깨집에 들어갔더니 냉방도 하지 않는 곳이었을 뿐 더러 먹고 싶던 간짜장도 주문 아니 된다 하여 일반 짜장면 시켜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호루룩 한 그릇 비워내었다.
급한 불은 껐는데 이제 이 더위에 어디를 가나 계획이고 나발이고 숙소로 다시 돌아가나 하다가 마침 바다 바람이 내 쪽으로 불어오기로 짱깨집에서 5분 정도 걸어 속초항 바닷가로 걸어갔다. 바닷가 나무 그늘 아래에는 바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왔고 모시 저고리 입은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척 들어온 항구 가까운 근해를 도는 유람선 한 척, 가까이 다가가 보니 1시간 30분 항해에 티켓 가격 2만원, 아마 출항 시간이 조금 늦었더라면 발길을 돌렸을 것인데 마침 잠시 후 출항하는 배편이었다. 문득 오래 전 속초를 소개하는 여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중에 속초 앞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를 소개한 프로그램을 봤던 기억이 내 머리 속을 스쳤는데 그때 방송 카메라에 잡힌 속초 앞 바다 어선에서 바라본 설악산 풍경이 참 장관이었던 기억이 생생하여 전혀 계획에 없던 유람선을 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계획 없던 유람선 관광은 덥고 고생스럽더라는 기억만 가득 남은 이번 여름 여행 중에 잊혀 지지 않을 추억으로 못 찍은 사진 몇 장과 함께 내게 남게 되었다.
유람선 항해는 속초항을 떠나 양양의 낙산사(洛山寺) 앞 바다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동해 바다에서 바라보는 내설악의 자태는 장관이더라는 말 이외 달리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승선 시간이 너무 짧아 낙산사 꼭대기 위해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합장하고 서 있는 멋진 보살님을 등짝만 잠시 바라보고 속초항으로 다시 돌아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선상에서 바라본 먼 설악산 울산바위의 자태, 그것을 본 것만으로 비싼 승선 요금이 하나도 아깝다 느껴지지 않았다. 속초항 유람선은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고 계획한 것 중 이룬 딱 하나 내설악 신흥사에 다녀온 이야기와 못 찍은 사진들은 이 휴가가 끝난 이번 주 중 여유가 생길 때 다시 남겨야겠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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