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량 평산옥
2025. 5. 28.
매불쇼를 보는데 김재환PD라는 친구가 나와 백종원을 격하게 씹어대길래 속으로 저 자가 유명인을 씹어 어그로 끌려는 개수작을 하는 것 아닌가 의심하였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합당한 근거와 이유를 가지고 논란의 백종원을 비판하고 있다고 믿게 되었고 그래서 김재환PD가 만들었다는 다큐 『트루맛쇼』까지 시청했다. 방송 맛집의 허구를 고발하는 다큐였는데 물론 그러려니 어렴풋이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방송 맛집의 폐해가 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 맛집의 허구 역시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 다큐를 시청하고 나니 요즘 인기 음식점을 방문하게 될 때 나도 모르게 의심의 눈초리로 들여다보게 되는 단점이 생기기는 했다. 그러나 이렇게 짜가들이 판치는 요지경 세상에도 진짜배기들은 우리 주변에 있게 마련이고 이번에 방문한 부산 맛집 평산옥을 그 진짜배기 중 하나로 소개하는데 주저함은 없다.
부산역 바로 건너편 내 어릴 때는 초량 텍사스촌으로 알던 동네, 지금의 차이나타운을 지난 초량 언덕빼기 구옥에 터 잡은 평산옥의 메뉴는 한 접시 1만 원 돼지수육, 한 그릇 3천 원 잔치국수, 4천 원 열무국수 뿐이다. 이 놈 저 놈 알짝거리지 않는 푸드 파이터의 아우라가 메뉴판에서 빛나고 있었다. 내 온 돼지수육 한 점 집어 먹으며 그래 돼지수육이란 모름지기 이래야지 생각했고 돼지수육의 기름기를 재우는 잔치국수 맛은 아직 이렇게 국수 내는 집이 있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시간 조금 지난 시간, 홀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동네 아이씨, 아지매 그리고 동네 처녀 총각이 출입할 뿐이었다. 반주 생탁과 곁들여 먹었기 때문인지 양 많은 내 기준으로도 수육 한 접시 잔치국수 한 그릇은 넉넉한 양이었고 나이브하다 표현할 밖에 없는 부산의 맛이 바로 이 맛이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