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 모악산 금산사
Buddhist temple Geumsansa, Gimje, Korea
2023. 10. 2.
어제 새벽같이 일어나 전주 처가로 출발할 때는 금산사(金山寺)에 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점심 먹고 어쩌다 보니 아내, 장인어른과 함께 전주에서 가까운 김제 금산사 절 구경 다녀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처럼 이번 추석 연휴에 부산 금정산 범어사와 전북 김제 모악산 금산사 절 구경을 한 것이다. 금산사는 후백제 견훤에 얽힌 옛 이야기가 전해올 만큼 천년 고찰이라는 말이 마땅한 절이고 전북 지역 대장 절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듯 수려한 모악산 산세와 높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양지 바른 자리에 터 잡은 대가람이어서 눈호강 지대로 했다.
이렇게 긴 이번 추석 연휴 덕분에 사흘 간격으로 영남과 호남의 대가람 두 곳을 구경한 셈이니 나로서는 자연스럽게 두 절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산사 찾아가는 차 안에서 검색으로 알아보니 금산사 미륵전(彌勒殿)이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했고 미륵전 앞에 서고 보니 과연 내가 본 우리나라 전통 건물 중 단연 최고 건물이라 감탄을 금할 길 없었으며 본전인 정면 일곱 칸 대적광전(大寂光殿)은 지금껏 내가 본 어느 사찰의 대웅전 보다 장쾌한 외관을 자랑하여 대단한 역사라 할만 했다. 게다가 대적광전을 호위하듯 인근에 터잡은 나한전(羅漢殿), 조사전(祖師殿), 명부전(冥府殿), 대장전(大藏殿) 건물 하나 하나와 그 안에 모신 부처님들과 보살님들과 조사님들 한 분 한 분이 가히 진귀한 보배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명품이라 불러 손색없을 진귀한 문화재들이 많은 금산사였지만 비유하자면 매장에 명품들을 진열해놓고도 디스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아쉬움이 느껴졌다. 금산사 구경 잘하고 주차장으로 걸어 내려가는 길, 일주문과 금강문 사이 흙을 파헤친 공터에 포크레인이 암반을 깨는 햄머 소리를 요란하게 내고 있었다. 이 좋은 추석 연휴에 이미 존재만으로 대역사를 이룬 모악산 금산사에 무슨 더 대단한 역사를 벌이겠다고 소음과 먼지를 일으키며 또 파 조지고 깨 조지고 하고 있는가? 포크레인 햄머 소리가 안타까운 내 가슴을 쪼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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