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 지게꾼 │ 2012

몇 해전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전시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또 사진으로 담아온 화가 신학철의 작품 「지게꾼」을 소개하는 글을 우연히 책에서 읽다가 지게에 얽힌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라 몇 자 남긴다. 분명하지는 않으나 아마 국민학교 혹은 중학교 교과서의 수필 같은 글에서 읽은 내용이 아닌가 한다.

어릴 때 나는 지게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후진성을 대표하는 상징 같은 것으로 믿게 되었으니 그 글에 의하면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도로 상태가 열악하고 바퀴를 쓰는 수레 같은 것들이 발달하지 못해서 물류 이동은 죄다 사람 인력에 의존하였고 그 상징이 바로 지게라는 필자는 주장하였던 것이다. 외적이 쳐들어와서 쉽게 이 땅을 점령할 걱정 때문에 일부러 좋은 도로를 닦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주장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와 달리 생각하자니 예로부터 우리나라 도로가 부실하였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퀴 단 수레를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과 인력으로 등짐을 져 물건을 운반하는 지게를 많이 사용했다는 것과 무슨 인과관계가 있단 말인가? 지게는 등짐을 편리하게 지도록 고안한 일종의 프레임일 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역사와 전통에 대하여 아이들을 콤플렉스 덩어리를 만드는 지지리도 못난 교육이었는데 한편으로 이제와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올바르게,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이 허접 잡설을 마무리하다가 문득 궁금하기도 했다.

 

신학철 │ 달밤 │ 2013

 

인사아트센터

2016.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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