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 코린트 │ 함부르크의 황제의 날 │ 1911년 │ 독일 쾰른 발라프-리하르츠미술관

 

2016. 1.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전은 독일 쾰른에 있는 발라프-리하르츠(Wallraff-Richartz)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서유럽 화가 작품들을 테마 별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또한 그 말미에 독일의 인상주의라는 테마로 비슷한 시기 독일 작가 작품을 따로 모아 전시하고 있는데 이 독일 인상주의 작품들은 딱히 흥미로운 작품이 없었다. 다만 독일 인상주의 화가 로비스 코린트(Lovis Corinth)의 1911년 작품 「함부르크의 황제의 날」이라는 작품이 마음에 들었는데 작품 자체보다는 독일 함부르크 출장 중 작품의 배경이 되는 비넨알스터(Binnenalster), 함부르크 알스터호수를 직관했던 인연 때문에 작품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았다.

 

중세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이웃 유럽 강대국들의 간섭과 신성로마제국의 통치로 제후국으로 분열되어 있던 독일은 19세기말에 이르러 그 제후국 중 선두에 선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통일을 이루고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완승을 거둔 후 독일 제국을 선포하고 빌헤름 황제가 즉위하였다. 하지만 강대해진 독일을 견제하려는 영국과 프랑스 등 이웃 강대국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독일은 군비를 보강하고 군국주의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응수했는데 「함부르크의 황제의 날」은 이런 배경으로 남겨진 작품이다. 1911년 로비스 코린트는 함부르크 미술관장의 초대로 미술관에 전시될 작품을 그리기 위해 함부르크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마침 당시 함부르크에서는 황제의 가족들이 참관한 군단 열병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코린트는 보트들이 분주하게 떠다니는 비넨알스터를 배경으로 군단의 열병식이 거행되는 당시 함부르크의 들뜬 분위기를 빠른 손놀림으로 포착하여 「함부르크의 황제의 날」이라는 작품으로 남겼던 것이다.

 

제국주의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독일제국의 팽창과 주변국의 견제, 그리고 독일의 군국주의화로결국 「함부르크의 황제의 날」이라는 작품이 완성된 지 삼 년 뒤 1914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으니 어쩌면 「함부르크의 황제의 날」은 그 제작 년도나 작품 배경으로 보아 세계대전을 예고하는 작품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후대의 우리들이 지난 역사를 되짚어 본 결과 그랬더라는 결과론일 뿐 「함부르크의 황제의 날」은 독일에서 가장 큰 상업항인 함부르크의 스카이라인과 함께 여름 날 먹구름 아래 강한 바람이 불어 도시 전체에 제국의 깃발이 펄럭이는 역동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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